73세 엄마가 매일 오후 2시, 공원 벤치에 앉아 계신 이유… 40년의 비밀
요즘 우리 엄마가 정말 이상해졌어요. 매일 오후 2시만 되면 엄마는 옷장에서 그 베이지색 점퍼를 꺼내 입으세요. 겨울인데도, 비가 오는 날에도 정확히 그 옷이에요. 그리고는 "잠깐 산책 좀" 하시며 현관문을 나서시죠. 3개월째예요. 정확히 오후 2시, 정확히 같은 옷, 정확히 같은 말씀.
공원 벤치에서 두 시간, 아무도 오지 않는데
어느 날 저는 걱정이 되어 몰래 따라갔습니다. 엄마는 청솔공원 3번 벤치로 가셔서 그냥 앉으셨어요. 한 시간이 지났어요. 두 시간이 지났어요. 엄마는 움직이지 않으셨어요. 공원 입구만 바라보고 계셨죠.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요.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저는 추위에 떨며 나무 뒤에 숨어 엄마를 지켜봤어요. 엄마의 어깨가 축 처져 있었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어요. "엄마 왜 여기 계세요? 추운데 집에 가요." 엄마는 깜짝 놀라 저를 돌아보시더니 화를 내셨어요. "왜 따라온 거야? 엄마 일에 신경 쓰지 마." 엄마가 저한테 그렇게 화내신 건 처음이었어요.
서랍 속 파란 아기 옷, 그리고 1982년 사진
며칠 뒤 저는 엄마 방에 빨래를 넣어드리다가 서랍을 열었어요. 깨끗하게 개진 옷들 사이로 뭔가 부드러운 천이 만져졌죠. 조심스럽게 꺼내 봤어요. 파란색 아기 옷이었어요. 아주 낡았지만 정성스럽게 보관된 옷이었죠.
이게 뭐지? 오빠 거 아니면 내 거? 아니에요. 우리 아기 옷은 엄마가 다 동생들한테 물려줬어요. 이건 누구 거예요?
낡은 앨범 맨 뒤에서 사진 한 장을 발견했어요. 1982년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젊은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었죠. 하지만 그 아기는 오빠가 아니었어요. 오빠는 1984년생이니까요. 사진 뒤에는 흐릿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준우야, 엄마가 꼭 찾을게. 1982년 11월 3일."
아빠의 절친, 박삼촌에게 들은 진실
저는 박삼촌을 찾아갔어요. 돌아가신 아빠의 절친이셨던 분이었습니다. "삼촌, 엄마 우리 오빠 전에 다른 아이가 있었나요?" 박삼촌의 손이 멈췄어요. 차잔을 천천히 내려놓으시더니 한숨을 쉬셨어요. "너 어떻게 알았니?"
"네 엄마가 너희 아버지 만나기 전에 아이가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당시 시댁에서 반대했거든. 미혼모였던 네 엄마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아이까지는 안 된다고 했대. 그래서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거지."
"네 아버지는 평생 그걸 미안해 하셨어. 자기 때문에 영자가 아이를 포기해야 했다고. 그래서 청솔공원에 가시는 것도 막지 않으셨던 거야."
거실에서 꺼낸 진실, "너희 큰 형이야"
저는 오빠를 불렀어요. 우리는 엄마 거실에 셋이 마주 앉았어요. 저는 떨리는 손으로 1982년 사진을 꺼냈어요. "엄마, 준우가 누구예요?"
엄마 얼굴이 하얗게 변했어요. 오빠가 저를 돌아봤어요. "준우? 그게 누구야?" 엄마는 한참을 침묵하시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너희 큰 형이야."
18살 미혼모, 공장 기숙사에서 혼자 아이를 낳다
"엄마가 18살 때 공장에서 일했어. 거기서 남자를 만났고 결혼하기로 했어. 그런데 임신했다는 걸 알았을 때 그 사람은 사라졌어. 연락도 안 되고, 친정에선 나를 쫓아냈어. 미혼모라고, 창피하다고. 나는 공장 기숙사에서 혼자 준우를 낳았어."
엄마가 눈물을 닦으셨어요. "준우는 예쁜 아기였어. 웃을 때마다 보조개가 생겼어. 엄마는 준우 키우면서 행복했어."
청솔공원에서 입양 가족에게 넘긴 날
"너희 아빠 만났을 때 아빠는 나를 받아주려 했어. 하지만 시댁에서 안 된다고 했어. 그런 애는 안 된다고. 그래서 입양을 보냈어. 청솔공원에서 입양 가족한테 넘겨줬어."
엄마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입양 가는 날 준우가 파란 옷 입고 웃었어. '엄마' 하고 나를 불렀어. 나는 그 옷만 남겼어."
"그래서 매일 공원에 가신 거예요? 준우 오빠를 기다리시려고?"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혹시나 해서. 혹시 준우가 날 찾으러 올까 봐. 40년 동안 기다렸어."
형이 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하는 오빠
며칠 뒤 오빠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올케가 이상한 말을 하더라. '그럼 오빠가 둘째였네. 재산 상속은 어떻게 되는 거야? 준우 오빠가 나타나면?'"
"나도 알아. 근데 올케 말이 자꾸 신경 쓰여. 나는 평생 장남인 줄 알고 살았는데. 엄마가 나한테 기대하셨던 게 사실은 준우형 때문이었던 건 아닐까? 나는 대체 뭐였던 거야?"
그날 밤 엄마한테 전화했어요. "민수가 힘들어하는 거 엄마도 알아. 그 애가 평생 큰 아들로 살았는데.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준우 생각만 하고 살았어. 너희한테 제대로 된 엄마가 못 됐어."
3번 벤치에서 40년 만에 풀린 마음
저는 엄마를 찾아갔어요. "엄마, 저랑 공원 가요. 청솔공원." 우리는 함께 공원으로 걸어갔어요. 3번 벤치에 도착했어요. 우리는 나란히 앉았어요.
"엄마, 준우 오빠 찾아볼까요?" 엄마는 고개를 저으셨어요. "아니야. 준우는 좋은 집에서 잘 컸을 거야. 엄마 생각 안 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그게 다야."
그때 누군가 공원으로 들어왔어요. 오빠였어요. 오빠는 우리한테 천천히 걸어오더니 엄마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미안해요, 엄마. 제가 이상한 생각했어요. 준우 형이 있든 없든 엄마는 제 엄마예요. 그리고 엄마가 평생 힘드셨는데 제가 몰라서 미안해요."
오빠가 엄마를 꽉 안았어요. 엄마가 오빠 등을 쓰다듬으셨어요. "고마워, 민수야. 너희 둘 고마워." 우리는 셋이 한참을 울었어요. 공원 벤치에서 40년 만에 엄마의 마음이 조금 풀렸어요.
이제는 혼자가 아닌 엄마
그 후로도 엄마는 가끔 청솔공원에 가세요.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에요. 저나 오빠가 함께 가거든요. 오늘도 저는 엄마와 함께 공원에 왔어요. 3번 벤치에 나란히 앉았죠.
엄마는 여전히 공원 입구를 바라보세요. "준우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엄마가 중얼거리셨어요. "엄마, 준우 오빠 분명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다. 엄마 생각 안 하고 좋은 부모 만나서 잘 컸으면."
저는 엄마 손을 꽉 잡았어요. 엄마의 인생에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이렇게 많았구나. 그리고 이제야 정말 엄마를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그날 밤, 엄마가 파란 아기 옷을 꺼내시며
엄마는 서랍에서 파란 아기 옷을 꺼내셨어요. 한참을 쓰다듬으시더니 조심스럽게 다시 넣으셨어요. "준우야, 엄마는 괜찮아. 이제 너희 동생들이 엄마를 이해해줬어. 그러니까 넌 행복하게 살아."
엄마가 서랍을 닫으시고 미소 지으셨어요. 저는 방문 밖에서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문을 닫았어요. 엄마, 사랑해요.
당신의 부모님도 숨긴 이야기가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부모님의 전부를 알지 못합니다. 부모님이 되기 전의 삶, 아픔, 후회, 그리움. 그 모든 것을 짊어지고 살아가시는 분들입니다.
혹시 당신의 부모님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가시나요? 혹시 서랍 속 오래된 물건을 간직하고 계시나요? 그건 단순한 습관이나 집착이 아닐 수 있습니다. 평생 짊어진 그리움의 무게일 수 있습니다.
부모님과 대화하세요. 귀찮아하지 말고,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저 옆에 앉아 함께 시간을 보내세요. 40년을 혼자 기다린 엄마처럼, 당신의 부모님도 누군가와 그 시간을 나누고 싶어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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